애플사이다의 iOS 개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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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용 노력

[2023년 회고]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 1년 후기 - 더 이상 일하는 게 괴롭지 않다

Applecider 2023. 12. 24. 23:08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2023년 회고를 작성했다. 

약 1년 4개월 동안 개발자로 근무해 본 시점에서 소감을 남겼고 (주관 가득 주의)

작년 회고에 작성했던 목표를 얼마나 실천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연간 계획을 세워봤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1. IT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2. 올해 목표였던 것

3. 내년 목표
+)

 

회사 이벤트였던 '인간 크리스마스 Day' - 크리스마스 트리 인간이 올 줄은 몰랐다


1. IT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IT와는 사뭇 동떨어진 일터에서 근무하다가 개발자로 취업한 뒤 여러 방면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사무실에서 카페처럼 BGM을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대부분 긍정적인 충격이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털어놓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런데 입사 초반에는 단점보다는 장점만 말하게 될 것 같아서 해가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말하자면 제품을 구매한 직후에 쓴 후기보다 1개월 사용 후기가 더 믿을 만한 것처럼 1년 근무 후기를 올려야 할 것 같았다.

지난 회사에서 느꼈던 갈증

커리어 전환을 하기 전에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2021년까지 발전소에서 환경 엔지니어로 근무했었다.

발전소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발전/제조업의 주요 업무는 전화기 (전자전기, 화공, 기계) 전공자에게 주어지고

그 외 직접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staff 부서는 회사 내 입지와 대우에도, 개인적인 성장에도 한계가 많았다.

 

먼저 회사 내 입지가 중요했던 이유는 근무했던 곳이 협업이 많은 팀이었기 때문이다.

전공 관련 기사 자격증을 4개 따고, 업무 역량을 기르려고 노력했지만

직접 공사를 주관하거나 설비를 운영하는 주요 부서의 협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우리 팀은 그냥 귀찮은 일 시키는 부서일 뿐이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10 페이지 정도 쓸 수 있지만.. 이 정도로 줄였다.

 

그리고 이미 staff 조직의 한계에 대해 감안하고 입사를 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루틴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작년에 했던 업무를 똑같이 반복하며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환경을 선호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됐다.

결론적으로는 꾸준히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개발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약 1년 4개월 정도 개발자로 근무해 본 소감을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갈증이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다.

 

우선 IT회사에서 개발팀은 직접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부서에 속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관여하는 부서가 많지만 개발팀을 통해서 기획을 실현시킬 수 있어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바일 앱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접점이 되기 때문에 서비스 지표가 오를 때 직접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성과를 만드는 부서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대우도 좋다. 

 

그리고 이러한 주요 업무를 컴공 전공자가 아님에도 맡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매력이다.

물론 전공자가 아닌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지만...

어차피 공부가 일상이어야 하는 개발자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좋아

 

또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좋다.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에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마음이 가는 동료들이 있다는 게 회사 생활을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 배우는 중이다.

지난 회사와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비효율적인 업무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일상적인 소통이 수평적이라 훨씬 덜 힘든 것도 한 몫한다.

 

그래서 현재 수직적인 회사에서 위와 비슷한 갈증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데 직장 만족도가 낮아서 괴롭다면 😭

개발자로 전향하는 것이 좋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와서 근무하는 것처럼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었다.

힘든 점

그렇지만 당연히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는데 그중 하나는

24시간 Slack을 모니터링하면서... 버그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퇴근시간 직전에 버그 제보가 올라와서 집에 못가고 디버깅을 했던 때가 적지 않았다. 밤을 새는 일은 거의 없지만 ㅎㅎ

 

생각해보니 그래도 서버 개발자의 고충에 비해서는 좀 나은 것 같다.

앱 개발자는 당장 새벽에 버그를 고치더라도 AppStore 심사를 거쳐야 배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에러가 발생했을 때도 다음 날 오전에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서버개발자는 즉시 배포가 가능하므로 새벽에 대응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2시간 Slack을 모니터링하면서... 개발 중인 피처의 정책이나 디자인이 바뀌었을 때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개발 도중에 큼직한 변경사항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메시지를 놓쳤다가 나중에 일을 두 번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로직을 짜면서 몰입력을 유지하면서도 Slack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처럼 책상 위에 전화기가 놓여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컨텍스트 스위칭이 발생한다고 느꼈다.

요즘은 업무가 많은 시기에는 사무실이 조용한 오전 8시에 일찍 출근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2. 올해 목표였던 것

작년 회고를 보며 올해 목표를 얼마나 실행했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해봤다.

10개 목표의 중요도가 다르지만 단순 평균을 내면 87%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과인 것 같다.

 

1) 회사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앱 출시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기여하기

100%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개발자로는 첫 회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 업무에 가장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다.

글로벌 서비스 론칭을 앞둔 시점에 투입되어 업무량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채팅 기능을 포함해 여러 복잡한 view를 원 없이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동일한 피처가 국내앱에 구현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기존 코드를 구경하는 것, 그리고 개선하는 것 모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국내/해외 서비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

글로벌앱을 론칭하고 1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은 작고 소중한 수준이긴 하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뿌듯하다.

2) 업무 중에 접한 키워드 꾸준히 스터디하기

70%

지식이 미천해서 새롭게 알게 된 개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모든 키워드를 스터디하지는 못했다. (고 변명해본다...)
하지만 기록충답게 근무일지에 모두 메모해뒀으므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Deferred deeplink, App Scheme, Kinesis logging, Web socket, Localization, Combine, Push notification, Server-driven view 등을 구현해봤고, 그 외 Charles, Kibana, Tableau 등의 툴을 다뤄봤다.

3) 팀원들과 더 잘 협업하기 (29cm의 김우성 개발자님의 특강으로 들었던 “PR로 협업하기”를 회사 코드리뷰에 적용해 볼 계획이다.)

90%

팀 내 발표를 통해 PR 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실제로 팀에서 쓰는 PR template을 개선했다.

문제해결에 참고했던 Reference, AS-IS/TO-BE를 공유하는 것이 협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들어서 뿌듯했다.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는 팀원들 덕분에 가능했다.


이외에도 기록 덕후로서 Onboarding 과정에서 배운 것을 모두 문서로 남겨서

팀 내 Confluence 문서를 기준으로

Most active reader 1위 (912 views), Most active contributors 1위 (21 created, 84 updated)를 했다.

그중에서도 Charles/Tableau/딥링크 테스트 관련 튜토리얼 문서를 작성했었는데

팀원들로부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취준할 때 이력서에 문서화 역량을 엄청 강조하면서도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실제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서 혼자서 조용히 기뻐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기록덕후 만세!

4) 팀원들과 진행 중인 디자인 패턴 스터디 1회/주 참여하기

70%

이 스터디를 했었다는 사실을 방금 깨달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서 끝을 보지 못했는데, 연초에 혼자서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패턴을 공부하는 것 자체는 재밌었다.

5) 노수진님의 슈퍼앱 운영을 위한 확장성 높은 앱 아키텍처 구축 강의 듣기

100%

요즘 '모듈화'가 유행인만큼 핫한 주제인 RIBs 아키텍처에 대해 배웠다.

배울수록 슈퍼앱이 아니면 RIBs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당장 실무에는 적용할 수 없겠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의존성 역전, 테스트 코드에 대해 이해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

6) 사이드 프로젝트로 ‘우리뭐먹지’ 앱 고도화하기 (지도, 즐겨찾기, 로그인 기능)

0%

사이드 프로젝트는 전혀 못했다.

게다가 믿기 어렵지만 서버 비용이 청구되기 시작해서 서버를 껐더니 AppStore에서 앱이 내려갔다.

애정을 가지고 출시했던 앱이긴 하지만, 다시 봐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일단 더 이상 개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 다른 앱을 출시해 꾸준히 업데이트해 볼 계획이다.

7) 글또 구성원과 소통하고, 블로깅 1회/2주 하기

80%

패스를 2번 썼고, 휴가 시즌에 푹 쉬다가 제출 시기를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글또 덕분에 꾸준히 블로깅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다른 개발자분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창구였다.

글또를 소개해주신 예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블로그 포스팅을 작년에 비해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썼던 글이 종종 역주행하면서

7월, 9월, 10월에는 월간 방문수가 5천명을 돌파해서 뿌듯했다. 컨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8) WWDC 1회/주 보고 정리하기

70%

처음에는 당장 업무에 관련이 없더라도 새로운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자는 욕심이 있었다. 지금도 욕심은 있다...

하지만 1~2번 목표에서 볼 수 있듯이 업무에 관련된 내용만 공부해도 너무 벅찼고,

UIKit 관련 업데이트가 많이 줄어서 더욱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Localization 위주로만 보게 되었다.

 

그래도 Localization은 모조리 (약 10개) 훓었으니 이렇게라도 본 게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내년에는 performance 관련된 영상을 미리 찾아두고, 1회/월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9) iOS 관련 컨퍼런스 1회/년 참석하기

200%

대문자 I인 인간이라서 이 목표는 솔직히 스스로 세우면서도 안지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우연한 기회로 처음 참석했던 개발자 컨퍼런스 KWDC23에서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 갑자기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되는 바람에 주중에는 회사 일로 고생하고, 주말에는 울면서 발표 준비를 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때 살짝 번아웃와서 이후로 블로그 포스팅을 4개월 동안 쉬었다... ㅎㅎㅎ

자세한 내용은 KWDC23 연사 참여 후기를 참고


그리고 렛어스고 가서 야곰이랑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인사했다. 떨려 하면서 갔는데 야곰은 모르실 듯 ㅎㅎㅎ

컨퍼런스에 가면 반가운 얼굴들도 있고,

혼자서 공부하려면 한참 걸리는 내용을 누군가가 대신 열심히 공부해서 떠먹여 주는 느낌이라 재밌다.

10) 단어장 만들어서 영어 공부하기

90%

처음에는 개발문서를 영어로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나 문장을 기록했었는데, 복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때 마침 예거가 말해보카라는 앱을 소개해주셔서 매일 출퇴근길에 편하게 공부하고 있다.

 

개발 용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건 아니라서 좀 아쉽지만,

말해보카만큼 꾸준히 사용하게 되는 앱이 없는 것 같아서 매우 잘 쓰고 있다. 
궁금하시다면 말해보카 앱 리뷰를 참고 

3. 내년 목표

목표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으니 간단히 남겨봤다.

 

  1. 지난 해에 이어서 글로벌앱이 개발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디자인/운영 측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여하기
  2. 국내앱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기여할 수 있는 방법 고민하기
  3. 업무 중에 접한 키워드 꾸준히 스터디하기
  4. Combine, SwiftUI 1회/주 스터디하기
  5.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앱 출시하고, 1회 이상 업데이트하기
  6. 블로깅 1회/2주 하기
  7. 글또 구성원과 글에 대해 논의하기. iOS 이외 분야의 글도 읽기
  8. 멘토 활동을 통해 지식 전파하고, 신선한 시도에서 영감받기 
  9. performance 관련 WWDC 1회/월 정리하기
  10. iOS 관련 컨퍼런스 1회/년 참석하기 
  11. 30분/일 영어공부. ChatGPT 활용해서 하루 일과 영어로 정리하기
  12. 4회/주 아침 운동, 명상하기

+)

올해를 추억할 이미지로 마무리

올해 블로그 방문수
올해 그렸던 view들... 자식 같고 소중하다
즐거웠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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